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2003년 09월 22일



`수출 PC의 국내 생산 기반 무너지나`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수출 PC의 생산기지를 해외로 줄줄이 이전하고 있다.

올들어 이 같은 현상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어 국내 PC 생산 기반이 `내수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2005년까지 수출용 데스크톱 PC의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모두 이전한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트북 PC 생산만 중국으로 일단 이전한다는 종전 방침을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수용은 국내 생산을, 수출용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에 연간 100만대 규모의 생산력을 갖춘 노트북 공장을 지난 4월 말부터 가동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서 생산한 노트북을 델 등에 납품중이다.

국내 최다 노트북 수출 업체인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도 지난 4월부터 중국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HP·IBM 등에 납품하는 노트북을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한해 동안 150만대 규모의 노트북을 ODM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어서, 중국 생산 물량도 적어도 100만대 이상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이엔드급 노트북 제품과 PDA, 태블릿PC 등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다 데스크톱 수출 업체인 삼보컴퓨터는 HP, 이머신즈 등에 ODM으로 공급하는 대부분의 데스크톱 수출 물량을 중국, 멕시코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올 상반기 동안 중국 심양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69만3천559대. 멕시코 공장에서는 63만8천대를 생산했다.

반면,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안산 공장에서는 데스크톱 35만4천522대와 노트북 1만4천836대를 생산하는데 그쳐 압도적으로 해외 생산량이 많다.

삼보컴퓨터는 또한 최근 북미 PC 수출 물량 증가에 대비, 멕시코 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이달 들어 완료했다. 멕시코 공장에 총 72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 4개를 증설해 연간 생산력을 284만대로 확충한 것이다.

이 처럼 국내 주요 PC 수출 업체들이 한결같이 내수 물량의 수배에 달하는 수출용 PC 물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PC산업은 물론이고 국내 PC 유관 산업의 동반 공동화도 우려되고 있다.

PC업계 한 전문가는 "PC업체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업체들도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이는 PC 생산라인 뿐 아니라, 부품 산업의 공동화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PC업체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현지 업체들로 부터 직접 부품 소싱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의 기존 부품 공급업체들로서는 판로가 끊어지는 악재도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수출 PC의 국내 생산기반이 겉잡을 수 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국내 생산이 유리한 신개념 PC, 포스트 PC 등의 산업 육성에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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